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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나들이

북유럽 크루즈 여행 4일차 - 프랑스 노르망디 에트르타 해변과 생트카트린

by ALDODE 202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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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 4일차. 오늘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 기항하여 특별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바다를 품은 작은 마을 생트카트린(Sainte-Catherine)과 절벽 끝 해변 마을 에트르타(Étretat). 고요하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품은 이곳에서, 우리는 시간을 넘어선 여행을 했습니다.

 

에트르타 해변바다를 지키는 코끼리 가족

크루즈에서 내려 에트르타 해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이곳의 상징, 코끼리 바위였습니다.
좌측으로는 길게 바다로 코를 내민 듯한 엄마 코끼리 바위, 그리고 우측으로는 조금 작지만 단단한 모습의 아기 코끼리 바위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가이드님은 "이 바위들은 수천 년 동안 바람과 파도에 의해 깎여 만들어진 자연의 걸작"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도버 해협이 가까운 이곳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였다고 합니다. 중세 시대부터 이 해변은 수많은 항해자들의 출발점이자 귀환지였고, 전쟁의 흔적도 남아 있다고 하네요.

그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바위 너머로 넘실거리는 파도를 바라보는 동안 문득문득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거센 파도와 바람을 견뎌낸 코끼리 바위들은, 마치 오랜 세월을 견딘 우리 삶의 모습 같았습니다.

언덕 위, 그림 같은 작은 교회

코끼리 바위에서 조금 더 고개를 들면, 언덕 위에 작고 아담한 교회가 보입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데 10분정도, 교회 앞에 서니, 작은 예배당이지만,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탁트인 바다 풍경과 함께 시원스레 아름다웠습니다.

교회는 보수 공사주이었습니다. 
에트르타 해변과 코끼리 바위, 끝없이 펼쳐진 바다... 세상이 고요하게 숨을 쉬는 듯한 풍경이었습니다.

교회는 단순하고 소박했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이 광활한 자연과 너무나 잘 어울렸습니다.
"
이곳에 서면, 인간은 참으로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돌아오는 길, 루팡의 흔적을 만나다

언덕을 내려오는 길, 가이드님은 우리를 한쪽 골목으로 이끌었습니다.
그곳에는 고풍스러운 집 한 채가 있었는데, 바로 '괴도 루팡' 시리즈의 작가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 이 살았던 집이라고 합니다.

르블랑은 에트르타의 신비롭고 고요한 이마을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이곳에서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특히 에트르타의 절벽은 루팡의 이야기 속에서도 중요한 무대로 등장한다고 하네요.

낡은 담장과 붉은 지붕, 오래된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며,
어릴 적 밤새워 읽던 루팡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생트카트린 성당과 해안가의 소박한 거리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생트카트린 지역이었습니다.
이곳의 중심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성당 중 하나인 생트카트린 성당(Sainte-Catherine’s Church) 이 있습니다.

15세기 중엽, 백년전쟁 이후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건축한 이 성당은, 돌 대신 나무를 주재료로 삼았습니다.
특이하게도 성당의 지붕은 뒤집힌 배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당대 조선소 장인들이 건축을 도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자, 나무 특유의 따뜻하고 포근한 향이 가득했습니다.
햇살이 스며드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마저도 부드럽고 따스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서 기도하고 노래했던 사람들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성당을 나와 해안가 카페 거리로 향했습니다.
골목골목을 따라 늘어선 작은 카페와 상점들.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바게트를 손에 들고 산책하는 사람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는 것도, 옷자락이 펄럭이는 것도, 모두가 이곳에서는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녁, 크루즈 위에서의 여유로운 밤

하루 종일 걸었던 피로를 크루즈 위에서 풀었습니다.
대극장에서는 현란한 서커스 공연이 펼쳐졌고, 라운지에서는 신나는 각종 춤 레슨이 이어졌습니다.

춤을 잘 추지 못하는 나도 용기를 내어 발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서툴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는 그 순간들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선내 바(bar)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들이켰습니다.
잔을 부딪히며 웃는 사람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선상에 퍼지는 음악.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이 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오늘, 노르망디의 바람을 맞으며,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여행을 했습니다.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카페 거리에서는 알아 듣지는 못해도 느껴지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 켠에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따뜻한 풍경을 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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