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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나들이

북유럽 크루즈 여행 5일차 - 사우스햄튼과 스톤헨지, 솔즈베리

by ALDODE 2025.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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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이 어느덧 5일차를 맞았습니다.
오늘은 영국 남부, 잔잔한 바다를 품은 항구도시 사우스햄튼(Southampton) 에 기항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을 넘어선 미스터리 스톤헨지, 고요한 신앙의 성지 솔즈베리 대성당까지…
오늘 하루는 마치 시간의 강을 거슬러 거니는 듯한 여정이었습니다.

사우스햄튼 – 타이타닉이 떠난 항구

사우스햄튼에 도착하자마자, 가이드님의 첫마디가 마음에 깊게 박혔습니다.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타이타닉 호가 출발한 항구입니다."

1912년 4월 10일, 전설적인 대형 여객선 타이타닉은 이곳 사우스햄튼을 출항했습니다.
'침몰할 수 없는 배'라는 명성을 등에 업고, 꿈과 희망을 품은 수천 명의 승객을 싣고요.
하지만 모두가 아는 대로, 타이타닉은 첫 항해 중 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해 침몰하고 맙니다.

도시 곳곳에는 타이타닉을 기리는 작은 표지판들과 기념관이 남아 있었습니다.
조용히 항구 쪽을 바라보다 보니, 왠지 모르게 숙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곳에서도 누군가는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했을 테지요.
이 바람결에도, 아직 그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듯했습니다.

스톤헨지 – 영원의 수수께끼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세계적인 신비의 유산 스톤헨지(Stonehenge) 였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 거대한 돌들이 원형을 이루며 서 있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가이드님은 “이곳은 약 45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정확한 건설 목적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라고 합니다.
천문 관측을 위한 장소였다는 설, 종교적 의식이 치러지던 신성한 제단이었다는 설, 혹은 선조들의 무덤이라는 설까지…
스톤헨지는 지금도 많은 학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입니다.

특히 여름과 겨울의 하지와 동지 때, 돌 사이로 햇살이 정확히 들어오는 것을 보면,
고대인들이 얼마나 정교하게 자연과 우주를 관찰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는 조용히 돌 무덤 주위를 걸었습니다.
거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들판을 따라 풀잎들이 바스락거렸습니다.
4500년 전에도 이곳에 사람이 서 있었을까?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잠시, 시간과 공간이 휘감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즈베리 대성당 –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

스톤헨지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고즈넉한 도시 솔즈베리(Salisbury) 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딕 양식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솔즈베리 대성당(Salisbury Cathedral) 이 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첨탑은 영국에서 가장 높은 높이(123m)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가이드님은 "성당 내부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작동 중인 시계와, 대영박물관보다 귀한 대헌장(Magna Carta) 원본이 보관되어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부활절 주간(Easter Week) 이었고, 성당은 종교 행사 준비로 일반 관광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성당 문 앞에서, 우리는 조용히 그 장엄한 외관을 감상했습니다.
화려하지만 위압적이지 않은 섬세한 조각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구조.
마치 인간이 신을 향해 끊임없이 손을 뻗으려 했던 간절한 마음이, 이 돌덩이들에 고스란히 새겨진 듯했습니다.

바람에 실려 울리는 교회 종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시 두 손을 모았습니다.
종교를 떠나, 이 아름다움 앞에서는 누구나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듯했습니다.

저녁, 크루즈 위에서 피어난 춤과 노래

길고 긴 하루를 마친 후, 우리는 다시 우리 집 같은 크루즈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크루즈 중앙홀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졌습니다.

주제는 다름 아닌 ABBA의 히트곡 퍼레이드.
무대 위에서는 가수들이 "Dancing Queen", "Mamma Mia", "Waterloo" 같은 ABBA의 명곡을 열창했고,
댄스들이 무대를 중심으로 각국의 여행객들을 이끌어 내어 함께 춤을 추도록 유도했습니다

순식간에 나이트 클럽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수백 명 속에서도 한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저희들처럼 관람만하거나, 객실에서 지내며 이런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음은 무대로 나가 함께 춤을 추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오늘, 나는 침몰한 타이타닉의 꿈을 따라 걸었고, 수천 년 세월을 품은 스톤헨지의 돌들 옆을 지나,
신을 향한 인간의 노력이 깃든 솔즈베리 대성당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수많은 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 오늘 하루.
그 여운은 아마, 아주 오래도록 내 마음 한켠에 머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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